테슬라 모델 Y 퍼포먼스

배터리 1%, 테슬라와 내가 진짜 가까워졌던 날

퍼포먼스Y 2025. 4. 24. 15:0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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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배터리 잔량 10% 이하입니다. 가까운 충전소로 이동하세요.”
알림음과 함께 화면에 커다란 경고 메시지가 떴다.
순간, 심장이 한 번 내려앉았다.
그날 나는 생각보다 멀리 나갔다. 계획보다 길어진 일정, 예상치 못한 회의, 돌아오는 길의 정체. 습관처럼 “다음에 충전하지 뭐”하고 넘겼던 것이 이렇게 돌아올 줄은 몰랐다.
도심 한가운데, 퇴근 시간, 배터리 잔량은 3%. 그리고 그 아래엔 빨간색으로 ‘남은 주행 가능 거리 11km’라는 숫자가 떴다.

머릿속이 빠르게 돌아갔다. 가장 가까운 슈퍼차저는 7.8km 거리.
가능은 할 것 같았다. 하지만 신호 대기, 오르막 구간, 혹시 모를 우회 때문에 머뭇거릴 수는 없었다.
나는 숨을 한번 크게 들이쉬고, 브레이크에서 발을 뗐다.
테슬라 모델 Y 퍼포먼스는 그날따라 더 조용했다.

에어컨을 껐다. 좌석 열선도 껐다. 모든 설정을 최소한으로 줄이고, 미세하게 회생제동 강도를 높였다.
차는 여전히 말없이 움직였지만, 나는 그 어느 때보다 예민해져 있었다.
액셀을 천천히 밟고, 브레이크는 최대한 사용하지 않았다. 자연스러운 감속을 위해 앞차와의 간격을 길게 두었다.
차창 밖의 풍경은 평소처럼 흘렀지만, 내 시선은 오직 숫자에만 고정돼 있었다. 9km, 8.4km, 7.5km…
배터리는 2%가 되었고, 나는 땀을 흘리고 있었다.

나는 그날 처음으로 ‘전기차의 불안감’이라는 것을 제대로 느꼈다.
가까스로 슈퍼차저 안내판이 보였고, 그 순간의 안도감은 말로 표현하기 어려웠다.
주차장에 진입하며 마지막 커브를 돌았을 때, 배터리는 1%.
남은 주행 가능 거리 3km.
정말 아슬아슬했다.

충전 케이블을 꽂는 손이 살짝 떨렸다. 연결음이 들리고, 화면에 충전 시작 메시지가 떴을 때, 나는 깊은숨을 내쉬었다. 그리고 잠시 운전석에 앉아 가만히 있었다.
이 차와 함께한 시간이 짧지 않았지만, 그날처럼 깊이 신뢰했던 날도 없었다.
배터리 1%로 도착한 그 순간, 나는 ‘이 차를 정말 믿게 되었구나’ 하는 걸 처음으로 느꼈다.

테슬라는 정확했다. 배터리 소모 예측도, 남은 거리 계산도.
그리고 무엇보다, 나는 그 정확함을 믿고 내린 선택들이었기에 도착할 수 있었다.
만약 다른 차였다면?
만약 내가 차를 믿지 못했다면?
아마도 중간에 돌아섰을 것이다. 더 멀더라도 다른 충전소를 찾았거나, 혹은 누군가를 불렀겠지.
하지만 나는 테슬라와 내가 그동안 쌓아온 시간을 믿었다.
그게 나를 목적지까지 데려다줬다.

충전이 시작되고, 차 안의 공조 시스템이 다시 작동하며 서서히 온기가 돌아왔다.
마치 아무 일 없었다는 듯 평온하게 흐르는 디스플레이.
나는 그 화면을 보며 속으로 혼잣말했다.
“고마워. 진짜.”

사람들이 말한다. 전기차는 충전이 불편하다고. 긴장감이 싫다고.
그 말도 이해는 간다. 나 역시 오늘처럼 아슬아슬한 경험은 다시 하고 싶지 않다.
하지만 그 속에서 나는 어떤 신뢰가 만들어지는지를 직접 경험했다.
위기 속에서 평정심을 잃지 않게 해준 차, 끝까지 나를 믿고 계산대로 데려다준 차.
테슬라는 그저 ‘좋은 차’를 넘어서, 신뢰의 파트너라는 이름이 더 어울린다.

지금은 웃으며 얘기할 수 있다.
“나 테슬라랑 진짜 한 몸이었지, 그날은.”
그리고 그 말속엔 자랑 반, 애정 반이 담겨 있다.
그날 이후, 나는 충전 습관이 달라졌다. 20% 이하로는 절대 안 떨어뜨린다.
하지만 그보다 더 달라진 건, 이 차에 대한 내 마음이다.
조용한 날에도, 아슬아슬한 날에도, 나는 이 차를 믿는다.
테슬라는 늘 정확했고, 나는 그 정확함 속에서 안심할 수 있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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